고근호, 이상균 2인전
5월 18일 - 6월 10일
정량화할 수 없고 불균질한 요소들을 조율하며 구성하는 그림을 상상해 보자. 이러한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으로부터 비교할 만한 특성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 선택되는 특성은 한 가지일 수도 있지만 종종 다양하거나 모호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교할 특성의 조합을 고려하여 머릿속에서 가상의 크기나 범위로 환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형태, 크기, 색상, 질감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늠하고 상상해 볼 때, 우리는 그림 안에서 여러 대상들 사이의 교차하는 관계망을 헤아려 볼 수 있다. 고근호와 이상균은 서로의 세계를 맞대어 보고 그들 사이의 균형을 가늠한다. 고근호는 다른 형태와 물성을 지닌 두 세계 사이의 균형을 상상한다. 그는 천에 미디엄을 발라 균열을 만든다. 균열로 구획된 칸을 사각과 배경의 공간으로 채워나가고, 더불어 이상균의 작품을 그 공간 사이에 끼워 넣는다. 이질적인 것을 겹쳐보며 그 안에서 유사함과 차이 사이의 탄성을 지켜본다. 이상균은 고근호의 작품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 뒤 그 안에서 균형을 조정한다. 이상균은 2016년에 방문했던 강릉 교각 건설 현장의 기억을 떠올린다. 마주했던 벽에 대한 인상을 복기하고 건축 도구인 먹줄을 사용해 흰 벽 위에 드로잉한다. 그 가상의 벽 안에서 고근호의 작품을 배치하며 벽과 그림, 그리고 그림과 그림 사이 관계의 거리를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