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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스(Pebbles)

김민조 김은주 김주현 문규화 박정윤 이하은 이한나

12월 22일 - 1월 11일

조약돌은 밀물과 썰물을 담아

《페블스(Pebbles)》는 밀물과 썰물(ebb and flow)에 휩쓸리고 깎여 만질만질해진 조약돌(pebbles)을 해변에서 주워 소중히 보관했던 보편적이고 사소한 경험에서 착안되었다. 젊은 작가 7인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에서는 저마다의 시간과 경험이라는 밀물과 썰물의 흔적이 새겨진 조약돌을 한데 모은다. 김민조, 김은주, 김주현, 문규화, 박정윤, 이하은, 이한나의 지극히 사적이지만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경험의 기록을 찬찬히 관찰해보기를 제안한다.

김민조는 유영하는 물체에 집중한다. 그것은 과거 유랑의 상태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유랑의 주체로 시선을 옮긴 것으로, 그 시선의 끝에는 공중에 떠다니는 비행기, 배 등이 있다.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물체에는 필연적으로 공허함이 존재하는데, 생물의 신체를 닮은 기체가 부유하는 장면은 그만의 건조한 색채와 붓질로 시각화되어 미감을 자아낸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물질을 그리는 김은주는 빛과 물의 입자를 형상화한다. 거친 면이 없도록 시간을 들여 밑작업한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미세한 붓질로 빛과 물의 입자가 가진 투명함과 반짝임을 그려낸다. 보이지 않아 본 적 없던 입자들은 그만의 방식으로 형상화되어 패턴처럼 화면을 채우고, 그렇기에 추상처럼 보이기도, 구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주현의 작업은 자연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작업실로 돌아와 오감으로 경험한 자연의 기억이 바닥에 눕힌 캔버스 위에 색이 되어 던져진다. 그는 계속해서 아크릴 물감을 붓고, 덮고, 퍼뜨리며 화면을 구상한다. 모든 과정은 직각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미감에 따라 시작되고 종료되며, 그 과정의 기록이 곧 작품이 된다.

문규화는 지속 가능한 작업을 위해 고민한다. 반죽부터 빵을 굽는 것까지 제빵이라는 행위는 그에게 리추얼(ritual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같은 일) 같은 것으로 작업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베이킹 시리즈에서 그는 그 경험을 최소한의 색으로 담백하게 그려내는데, 그렇게 완성된 페인팅에서 작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박정윤에게 작업의 시발점은 스스로에게 캔버스라는 틀이자 제약을 제시함에 있다. 그는 스스로 제시한 제약을 수용하고, 네모난 화면을 혼란함으로 채운다. 그에게 혼란함, 혼돈이란 가능성으로 충만한 상태로, 그는 오로지 이 혼돈만을 질서로 삼아, 방향성 없는 붓질로 캔버스 위를 어지럽힌다.

이하은은 각기 다른 풍경을 모아 하나의 풍경으로 엮어낸다. 길을 걷다 불현듯 마주한 거대한 산맥이나, 바다처럼, 예고 없이 등장하여 생경한 느낌을 주는 풍경들의 조합은 섬세하게 묘사되어 더욱 이질적이다. 기하학 도형을 사용하여 삽입된 풍경은 마치 다른 차원과 연결되는 문처럼, 혹은 깊은 곳에 자리한 진실을 보여주는 창처럼 역할 하며 기존 관점의 탈피를 요구한다.

이한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길가에 자라난 이름 없는 풀 같은 것들, 무심코 지나쳐온, 연약하다고 지레짐작하지만 실상은 알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재조명받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평면과 입체에 담는다. 가장자리를 지키던 소소한 것들은 그의 작업을 통해 관객을 감싸는 테두리로 재탄생한다.

서문 | 최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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