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Recovered]-02.png

압구정 R 과자점에서 개만 한 달팽이와 달팽이만 한 개를 보았다

김혜원 전다화

1월 14일 - 2월 11일

압구정 R 과자점에서 개만 한 달팽이와 달팽이만 한 개를 보았다

“여기 칵테일바 맞나요?”

친구와 저녁을 먹고, 간단히 한잔할 곳을 검색한다. 네이버 지도에서 평점이 괜찮은 칵테일바를 찾는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30 지하 1층 주소를 따라서 도착한다. 바텐더와 술은 없고, 그림이 걸린 하얀 벽을 마주한다. 한쪽 벽면에 손잡이를 발견한다. 문으로 보이는 그 틈을 밀어본다.

“이쪽에서도 전시하나요?”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새로운 갤러리를 알게 되었다.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카카오맵으로 검색하니, 압구정로데오 한복판에 있다. 음식점과 옷 가게들 사이에 있다는 게 좀 신기하다. 막상 와서 보니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장이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벽 뒤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앱앤플로우는 어색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미술애호가와 주류애호가가 동시에 드나드는 이곳.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은 바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지만, 바를 찾아온 사람은 무조건 그림들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갤러리를 지나야 입구. 술과 예술 모두를 즐기는 이에게도 조금은 생경한 광경이다.

“압구정 R 과자점에서 개만 한 달팽이와 달팽이만 한 개를 보았다.”라는 전시명을 보았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실제 R(리치몬드) 과자점은 압구정이 아닌 성산동에 있다. 20cm 가까이 클 수 있는 달팽이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은 아니다.

김혜원과 전다화에게 이번 전시를 제안하고 나서, 둘이 같은 작업실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청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작은 우연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두 작가가 그려낸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이미지가 이곳을 방문한 미술 및 주류 애호가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기획 및 서문 | 고안철